어릴 쩍 우리집 거실 한켠에 있던 원목수납장에는
고급스런 책들이 번호순에 따라 이쁘게 꽂혀있었다.
신기한게도 그 수납장은 유리 미닫이문이 있었는데
엄마는 아마 그것을 장만할 때 비싸게 구매한 책들이
먼지가 들지 않기 위해서 장만했겠지만
오히려 유리문 때문에 책들은 더 안 읽게 됐었다.
그 책들은 이름부터 거창한 ‘세계문학소설’ 전집과 ‘한국문학소설’ 전집으로 아마 50권은 넘어 보였고
책값도 꽤 비샀었던 것 같다. 한 30만 원 족히 넘는 가격이었는데 정확하게 얼마였는지는 모르겠다.
엄마는 그 전집을 우리 공부를 위해 장만했다고 했지만 아마도 구매의 이유 중엔 다른 집도 다 있으니까,
그리고 양장본이라 비싸 보이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아마도 TV드라마의 ‘잘 사는 집’처럼 보이는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맨 첫 책이 제목이 ‘단테’의 [신곡]이었고,
두 번째 책이 그 유명한 [죄와 벌]이었던 것 같다.
또한 그중에는 절대로 읽고 싶지 않았던 책도 있었다.
그 뭐시라~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고 하던가?‘
이름도 어려운 ‘표도르 토스토앱스키’ 작가의 책이었다. 이름을 들어보니 러시아 쪽인데… 와~ 이건 아니지…
전집의 순번인 30권부터는 ‘한국문학소설’이었는데
여기도 뭐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되지 않아 더 안 읽었던 것 같다.
거기에는 유명한 박경리 작가의 [토지]도 있었다.
TV드라마로 나왔을 때도 안 봤던 ‘토지’를
당연히 책으로도 읽지 않았다.
그 전집이 나중에 이사하면서 버려지기 전까지
내가 읽었던 책은 ‘폭풍의 언덕’과 ‘오만과 편견’
단 2권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고전책은 잘 안 봤던 것 같다. 아마도 나에게는 그 두꺼운 양장표지를 넘기기엔 무겁게 느껴졌나 보다.

그런데 왜 이 책이었을까?
노인이 바다에서 낚시하는 얘기라는 것은 알겠는데…
‘왕자와 바다’도 아니고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아마 어떤 방송에서 쿠바의 ‘하바나’를 소개하면서
헤밍웨이가 술을 자주 마셨던 bar를 보여주던 영상이
나도 모르게 기억에 저장된 듯하다.
맞아 나도 그 술집을 갔었으니까…

내가 중년의 나이로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흠… 고전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는 것에 대한 물음’에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내 지금의 상황과 비추어보며 반성도 하게 된다.
내 삶의 목적을 다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가치라 생각되는 일은 제쳐두고,
남들도 다 하는 거, 보여지는 것들에 더 신경 쓰고 반응하면서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리고 있지는 않았나…
‘나도 모르게 내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나?’,
‘아니면, 알면서 묵인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선택한 삶이 때깔 좋아 보이지 않을까 봐
어쩌면 평범한 축에도 못 되는 삶을 살까 봐
참 많이도 두려워했던 건 아닐까
내가 두려웠던 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말보다
그렇게 보이게 되는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이었다.
난 아직도 굳건하지 못하다.
올곧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싶었는데…
나의 수양은 아직도 멀었나 싶다.
나의 이 책에 대한 정리는
마지막 영상의 최진석교수님의 말로 대신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단 하나 어려웠던 점은
노인이 낚시 줄을 어떻게 잡아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많았는데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여러 번 읽는 걸 놓쳤다.
그래서 그 묘사에 대한 어려움과 노인이 잡았던 고기의 실체를 확인하기에 유용할 것이라 생각돼서 이 책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단, 소설을 꼭 먼저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쉽고 편하게 얻는 경험은 빠르고 가볍게 잊혀진다.
https://youtu.be/nb30g_dMnLI?si=REtOTMLVoECt9el1
헤밍웨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만들어진
20분의 애니메이션이라 하는데
내가 책을 읽고 난 후 자료를 더 보고 싶어서
찾아본 영상 중에 이게 최고였다.
내가 책 읽으며 상상했던 주인공 노인, ‘카를로스’의 모습과 가장 흡사했다.
그리고 이 책의 감사평은 꼭 이 영상으로 대신하고 싶다.
내가 하려는 말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더 깊고 풍부하게, 그리고 명확하고 설명하신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됐다.
https://youtu.be/uHbu-W3oAAg?si=x2MdTqqqTZH_uPL-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그냥 살아갈 뿐,
나 자신으로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이것을 소신이라 부른다.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을 장기간 수행하면서
탁월한 경지에 이르면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것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각성으로 이끌 것이다.
남들이 인정하는 것을 승리가 승리가 아닌
자신이 정한 자신만의 승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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