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번 정독으로 읽었다가 요즘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글쓴이는 앤디 우드로 인간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심리학 교수로 방대한 연구를 통해 쓴 책으로 막연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왜 나는 내가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지, 왜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지… 또는 오히려 자포자기한 것처럼 반대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첫 응답을 받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 이후에 뇌과학 책을 더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행동과 습관이 엄청 나아졌다는 건 아니다. 이렇게 어렵다. 그렇지만 내가 세운 계획에 실패할 때 또 나를 자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때 주변 친구의 위안보다는 이 책이 더 위로가 됐다.

우리의 계획은 얼마 가지 않아 실패한다.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예로 살을 빼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와 그에 필적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고 주변의 지지까지 얻었음에도 그 결과는 아니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이끄는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합리적 자아를 과대평가한다. 우리는 이 단단한 착각을 멈춰야 한다. 인간의 의지력이라는 것이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처음에는 강하고, 열정적이고 단호하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결심은 흐려지고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변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왜 적을까?
우리는 종종 어떤 목표를 세우면 마치 가장 큰 난관을 넘은 것처럼 뿌듯하게 생각한다.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흡족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뭔가를 결심했을 때 우리는 그 자체를 ’성공‘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마치 살이 빠질 것 같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외국어 실력이 늘 것 같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우리가 이미 아는 것처럼 일이 잘 안 풀린다.
인간은 하나의 단일한 혼합적 존재가 아니며 우리는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은 개별적이지만 서로 연관된 다수의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으며, 행동을 이끄는 결정적인 동인 역시 바로 그러한 다층적이고 복잡한 절차에 의해 작동된다. 인간의 내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다. 의지력은 그러한 메커니즘 중 하나일 뿐이다. 당신이 퇴근하고 녹초가 된 채 집에 돌아가 무언가를 마구 먹어대고, TV에 정신이 팔려 잠 못 자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 쓰면 쓸수록 고갈된다. 소모되는 정신적 노력 또한 크다.
만약, 헬스장에 갈 때마다 결정을 하고 첫날의 열정을 되새김질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그 진 빠지는 과정에 우리를
밀어 넣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의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불합리하고 모순적이 이므로 당신의 의식은 이미 헬스장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진 빠지는 과정이 곧 정신력 소모이며=> 피로감(스트레스)이 쌓이는 이유이다, 인간의 뇌는 최적의 효율성으로 적은 에너지고 최고의 가성비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의지력이라고 부르는 ‘의식적 자아’는 일상적 행동패턴(일어나 세수하고 물 마시고 불키고 화장실 가는 것들)과 거의 관련이 없다. 반쯤 숨겨진 ‘비의식적 자아’가 작동된다. 바로 “습관”이다. 습관은 맨 처음에는 의식적 자아로부터 보내진 신호에 의해 시작되고 조종되지만 시간이 지나 궁극적으로는 실행제어 기능의 간섭 없이 비의식적 자아에 의해 스스로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의식적 자아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하면 이때부터는 주도권이 비의식적 자아, 즉 습관에 넘어간다. 이것이 습관이 본성이다.
의지만으로 지속할 수 없다.
어떤 강좌에 등록하거나 예방주사를 맞겠다고 하는 일회적이고 드문 행동에 대해선 이행률이 높았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 따로 버리기나 매일 버스 타고 출근하기처럼 반복할 수 있는 행동의 이행률은 낮았다. 무언가를 지속하는 관성이 우리가 가졌던 굳건한 생각과 연결되지 않는다. 의지력과 지속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우리는 ‘시작’보다 ‘지속’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안다. 지속을 만들어 내는 것이 습관이라는 걸 잘 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 중 5년간 감량 상태를 유리하는 사람은 겨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갔거나 심지어 더 찌기도 하다. 한번 체중 감량에 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늘 그 문제를 달고 산다. 음식을 많이 먹거나 특정 음식에만 집착하면 신진대사가 특정한 방향으로 재 설계되기 때문에 그들의 비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만성적 상태에 놓인다. 주기적으로 절제를 잃게 된다는 애기다.
세상은 소비자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소비하도록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욕망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도록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세게 수많은 과학자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나은 나’가 되라며 험난한 과제를 안겨주고 그 과제를 달성하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몰아붙인다. 이런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정확히 간파해야 하며 어떤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해서 무력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반복되는 실패에서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관성에 저항하는 일은 고되고 막막하다. 그럴수록 스스로의 나약함만 발견할 것이다. 의지력은 목표에 지속적으로 매달리기 위한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없다.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자구 생각나듯이 욕망을 억누르려는 시도는 첫날의 의도를 악화시키고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든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커지고 초기의 동기가 희미해지는 이 시점에 의식적 자아는 또한 이 지겨운 일을 ‘그만둬야 할 이유’(즉 핑계)를 우리 뇌는 손쉽게 찾아낸다.
즉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은 매번 정신적 에너지를 쓰며 그것은 쓰면 쓸수록 고갈된다. 의지력은 무한건전지가 아니며 더 중요한 지속력은 의지력과 다른 것이다. 그러니 의지력이 약하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벌주지 말고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자아비판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보다 수백 명 똑똑한 사람들이 매일 우리의 욕구를 부추길 것들로 세상은 가득 차고 있으니… 우리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으며 또한 우리 안에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잠깐의 치팅데이가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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